목록라이프/일상다반사 (37)
daham2014
어딘가 다쳐서 불편함을 느낀 기억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거라 생각된다. 나는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할 정도로 심하게 다친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는 경우에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만성적인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불편함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신체적 불편함이라 하는것은 어쩔수 없이 동반해야 하는 친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그런 불편함들은 우리가 그냥 보통 사람임을 상기시켜 주는 고마운 역할도 한다. 실제로 자신감에 찬 남자들은 자신들이 슈퍼히어로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콧물 때문에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온다. 겨울만 되면 이런다. 겨울이 싫은 이유중 하나가 나에게..
요즘들어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얼굴형이 닮았고, 뒷통수도 닮았다. 심지어 손, 발까지도. 그런데 나는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싫다. 아버지와 나는 겉모습이 많이 닮았지만, 사고방식은 아주 다르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그 사람 개인의 환경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모두에게 관대한 사람이다. 우리 가족들에게만 빼고. 아버지는 뭐든 크게 일을 벌리는 것을 좋아해서 사업을 말아먹을 때의 규모도 엄청났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우리가족이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에는 대부분 어머니의 지인 혹은 누나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다.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 누가 중요하고 아닌지 정도는 계속해서 저울질 해댔다.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정리하려고 애..
나는 게임중독 1세대다. 십수년 전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나의 게임중독은 그 뒤로 터져나올 PC게임들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그 뒤로도 나는 여러 게임들을 섭렵하며 PC게임계에 몸담았다. 한 때는 프로게이머를 꿈꾸기도 했었고, 그게 안된다는 사실도 비교적 빨리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PC게임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PC게임은 내게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고마운 역할도 하지만, 가끔씩은 스트레스를 쌓이게도 만든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때나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고 싶을 때 게임을 켠다. 적어도 게임을 하고있는 시간 동안만은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기에. 우리의 머리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승부에 집..
나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말을 잘 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20대 후반, 금융계 회사를 다니면서 사람을 대하는 법에 관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사람을 대하는 법이라 해서 뭐 어려운 것들을 말하는 건 아니다. 우선 몸가짐, 그 다음이 말투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은 말하기에 초점을 두고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한다. 말하기에 있어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천천히 말하는 것이다. 보통 말이 빨라지면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가늘어진다. 그렇게 되면 신뢰도 역시 떨어지게 마련. 나는 금융상품을 파는 목적으로 이런 훈련을 받은 것이었지만, 그 때의 그 가르침은 두고두고 쓸모가 있었다. 말을 천천히 하는 것이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일지 몰라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간단한 연습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해야하는 일들이 점차 늘어만 간다. 어른이 되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학교 이외에는 모두 내 맘대로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터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란 더욱 힘들어 진다. 직장인도 사람이고, 가장도 사람이고, 엄마도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요즘은 덜 한 편이지만. 남편이고, 자식이고 할 것 없이 내가 있고, 그 다음에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의 경우에도 그것은 마찬가지이고, 어떤 사회의 어떤 역할을 가진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
SNS를 보다가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유심히 읽어 보았다. 그의 글은 이랬다. 자신은 현재 하고있는 일 말고 어릴 때 부터 꿈꾸던 일이 따로 있다고. 원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그 꿈에 다가갈 수 없었다고.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고. 그의 꿈은 피아니스트란다. 글은 A4 한 장 정도 분량의 글이었는데, 다 읽기가 거북스러울 정도였다. 그가 몇 살인지, 혹은 가정형편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부모님의 반대가 얼마나 거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꿈에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그다지 설득력 있는 말은 아니다. 꿈? 당신이 생각하는 꿈은 무엇인가. 나는 이렇다 할 정확한 꿈이 없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직 찾고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은 있다. 내가 생계를..
우리 가족들은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아니, 가족중에 나만 그럴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선물을 주고받는게 무슨 약속인것 마냥 가격대 까지 맞춰서 선물을 주고 받더라.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처음 받은 선물이 뭐였는지 기억하려 해봤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여튼 처음 선물을 받은 시기는 선물의 개념도 잘 몰랐던 때 인것 같다. 선물이라는 단어가 머릿속 한켠에 자리잡게 된 시기에는 이미 '선물은 주고받는것' 이라고 단정 지었던것 같다. 나는 복잡한게 싫다. 선물이라는 시스템은 나에게는 머리아픈 과제중 하나였다. 생일때 선물을 받으면 선물을 준 지인에게도 선물을 해야 하는게 인지상정이라는 생각 때문에. 보통 사람들도 그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나는 그런 사회에 살고있다. ..
내가 받은 교육의 목표는 '결과'에 집착하는 교육이었다. 나혼자 그렇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에는 그 '과정'이라고 하는것 자체가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어찌됐건 상관없이 말이죠. 고등학교 1학년 나의 담임 선생님은 등수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50명의 학생들을 거의 평등하게 대해 주셨다. 학교를 잘 안나오는 놈이든, 반에서 1등을 하던 놈이든. 학창시절 그런 선생님은 조금 특별하다. 보통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관대하고, 말썽쟁이들에게는 엄하다. 그 때의 담임 선생님이 그랬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어린 나에게는 별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던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결과만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했다. 지금 생각 해보면, 그 선생님들 ─담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