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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

다하는 부엉님 2014. 12. 28. 01:31


요즘들어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얼굴형이 닮았고, 뒷통수도 닮았다. 심지어 손, 발까지도. 그런데 나는 아버지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싫다. 아버지와 나는 겉모습이 많이 닮았지만, 사고방식은 아주 다르다. 사람의 사고방식은 그 사람 개인의 환경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모두에게 관대한 사람이다. 우리 가족들에게만 빼고. 아버지는 뭐든 크게 일을 벌리는 것을 좋아해서 사업을 말아먹을 때의 규모도 엄청났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후 우리가족이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에는 대부분 어머니의 지인 혹은 누나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나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다.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 누가 중요하고 아닌지 정도는 계속해서 저울질 해댔다.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는 정리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맺는 것도 신중을 기했다.

그렇지만 서른이 넘어서 부터는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적이었고, '나'라는 사람의 인간관계의 폭은 서서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좋은 점이라고 하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정도.


내가 합리적인 부분을 더 따지게 된 것도 어쩌면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쓸데없는 오지랖이 싫었다. 앞서, 아버지와 겉모습이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최근 가까운 지인에게서 성격도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다르게 살려고 아둥바둥 노력한 나에게 그 말은 정말이지 크나 큰 비수였다. 어쩌면 가장 듣기 싫었던 말들 중 하나였다.


미워하며 닮아가는 것이었을까. 아버지와 닮았다는 그 말을 지금은 어느정도 인정하게 되었다. 결국 닮지 않겠다고 다르게 행동하는 자체가 나 자신을 버리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은 아버지를 크게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더 알아가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들도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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