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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am2014
아주 오래된 기억. 그렇지만 선명한 기억.그 쯤 어딘가에 국어사전을 뒤적이던 한 꼬마가 있다. 사전이라고 하는 신기한 물건에 흠뻑 젖어 든 꼬마였다.어른들이 말하는 어려운 단어가 하나 하나수록되어 있는, 그 책만 있다면 어른이 되는 것 정도야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 꼬마는 늘 국어사전과 함께였다. 그 작던 꼬마는 이제 중년에 접어들었다.모든 것들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삼십 대의 꼬마. 이제는 두터운 사전이 필요 없었다. 손에 착 달라붙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단어들의뜻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런 편리한 기계가 꼬마에게는서운하기만 하다. 그 꼬마에게 국어사전은 사전의 고유한 의미, 그 이상이었다. 사전은 곧 꿈이었다. 편리한 도구, 그 이상의 의미였던 것이다. 모든 것들이 편리해..
뜬금없는 어린시절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쯤이었나. 나는 학원을네 개나 다니는 아주 바쁜 엘리트 초딩이었다. 학원은 다 싫었지만 그 중에서 피아노 학원이 제일싫었던 기억이다. 피아노학원의 여리여리한 긴 머리의 선생님은 항상나를 보며 웃어 주었다. 내가 피아노를 잘 못쳐도 웃어주고,참다 못해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때 조차 웃어주었다. 그 선생님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는피아노 학원이 싫은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피아노 선생님이 좋아서 피아노 학원이 싫었던 것같다. 피아노 선생님이 나보다 성숙한 게 싫었다. 내가 어린게 싫었다.
지속적인 문제들로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시 새로운 문제. 나는 숙제를 하듯, 문제를 풀어 나간다.이 숙제는 언제쯤 끝이날까. 기약도 없이, 빈 수레처럼 인생은 굴러간다.공허한 마음을 달래보려 음악을 틀어 보지만 헛 수고. 런닝머신 위를 힘껏 달려 보지만 제 자리.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나는 오늘도 의미없는 질문을 던진다.질문은 또 다시 나의 목을 죄어온다.
사람들은 첫인상을 중요시 한다. 첫인상에 매혹되고,첫인상에 판단한다. 첫인상 보다 중요한 것은 오랜시간 겪어 보는 것.첫인상은 오만한 가면이다. 첫인상과 그 속내는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첫인상이라는 가면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 나는 더 이상 첫인상을 믿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은 첫인상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기로.
오래되어 더 달콤한 첫사랑의 기억. 나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나의 짝꿍이다. 열 여덟,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너무 예뻤다. 몇명의 여자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 뿐이었다. 우리는 그 당시 아직 고등학생 이었지만 술을 마시러 가기로 했다. 그때는 편의방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자릿세를 받고 안주를 만들어 주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어느새 내 옆자리에는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나는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신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떠들어 댔는데,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뿐,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 - 응...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뒤 그저 뻔..
내가 열 아홉살때 쯤 씨앤조이라는 화상채팅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첫경험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씨앤조이 화상채팅. 화상채팅 속의 그녀는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배우 같았다. 거짓말 처럼 아름다웠던 그녀를 얼마후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고, 술집에 들어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외모가 화상채팅에서 처럼 예쁘지는 않았지만 보통 이상은 되는것 같았다. 술병이 하나 둘 쌓이고, 서로에 대한 호감도 역시 올라갔다. 그녀는 지방에서 날 보려고 올라왔고, 시간은 밤 열두시가 지나 있었다. 술집에서 나와 담배를 하나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가 다 타들어 갈 때쯤, 그녀에게 말을 꺼냈다. "우리 같이 있을까?" 잠깐동안 정적이 흘렀다. - 대신 아무것도 하면 안돼... "응" 우리는 손을 맞잡고 여관으..
복잡했던 일들이 하나씩 정리된다. 매일 걸려왔던 독촉전화가 뜸해졌다.귀찮게 생각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하던일도 꽤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는 투석을 하고 계시긴 하지만 비교적 건강하시다.어머니는 매일 죽겠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가끔은 웃으신다. 나는 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