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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am2014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직접 읽기 전까지는 이 소설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우화'라고 알고있었던 이 소설은 우화가 맞긴 한데 우화의 본질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릴적 읽었던 이솝우화를 떠올려 보자면, 어린아이들을 위한 느낌인데 반해 동물농장이라는 우화는 철저하게 어른들을 위한 우화였다. 조지오웰은 이 책을 특정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썼지만, 그 특정한 정권을 포함한 것 보다 더 많은 것들을 포괄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많은 일들을 무관심하게 대한다. 나 역시 정치나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무관심에서 나온 무지가 결국 우리를 '눈 뜬 장님'으로 만들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불합리하지만 나와 상관 없는..
몇 번이나 졸면서 책을 놓쳤는지 모른다. 한 번은 책을 편 채로 의자에서 잠들기도 했다. 그만큼 이 이야기가 나한테는 지루했나보다. 서른 다섯에 동화책은 무리였나.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입가에 훈훈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너무 커 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글펐다. 주인공 피터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내게도 낯설지 만은 않았다. 나도 저런 생각을 하고, 꿈을 꾸고, 장난도 치고, 재미있는 놀이를 아주 많이 알고있는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동화책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것 조차 이제는 낯설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 난 후, 동화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성인들을 위한 동화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화라는게 이렇게 큰 힘을 가지고 있다니. 나의 과거를 고스란히 불러내는 ..
읽은 지 한참 된 소설 허삼관 매혈기의 내용이왜 이제서야 내 머리에서 맴도는 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몸이 아픈 아버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허삼관 매혈기는 아버지들이 걸어가야 하는 험난한인생을 담고 있다. 얼마 전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하셨다. 아버지와의사이가 순탄치는 않지만 서도 아버지가 크게 다쳤다는소식을 듣고, 순간 정신이 멍 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 와중에 멀리 지방에 계신 아버지를 뵈러 가야하나하는 생각을 하고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소설은 허삼관이라는 한 평범한 남자의 젊은시절 부터아버지가 되는 과정, 그가 늙어가는 모습까지,한 남자의 일생을 담았다. 한 남자의 이야기지만, 시대불문 모든 아버지들의이야기를 통찰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소설을 읽고서는 아버지라는 이름이 참..
베르 선생님의 새로운 책인 타나토노트를 읽었다.나무였는지 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독특한 발상에 재미있게 읽었던 베르 선생님의 글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책을 폈다. 역시, 어떤 소설이든 도입부는 매우 지루하다. 베르선생님도 도입부를 재미있게 쓰지는 않으셨더군요. 평소 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하는 천성을 가지고 있는터라, 모든 소설의 도입부는 조금 지루하다. 그런데도 책을 계속 읽었다. 끈질기게. 믿고 가는거죠. 주인공이 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심하지만 바른 성품을 지닌,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 나쁜일을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그런 인간이다. 줄여서 평범한 인간.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소설의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 중 하나인것 같다.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
하루키의 에세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를 읽고 난 후 몇 달이 지나서야 하루키 에세이에 다시금 손을 댔다. 내 누이도 하루키를 좋아하는 탓에 다섯 권 묶음으로 된 하루키 에세이 전집을 샀다. 그 중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이라는 책부터 짬날 때마다 읽었다. 다 읽는데 걸린 시간 한달. 오랜기간 동안 읽어서인지 세세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책은 제목대로 공장 견학에 관한 이야기다. 일러스트 작가 안자이 미즈마루와 함께 공장 견학을 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다뤘다. 나의 관심 밖이긴 했으나, 하루키의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읽었다. 공장들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환경과 분위기는 어떤지에 관하여 하루키 본인의 스타일로 쓴 책이다. 에세이를 위해 일부러 공장견학을 하다니. 하루키 답..
책 리뷰는 내가 꺼리는 것들 중 하나인데, 이제부터 뜻 깊게 읽은 책들은 독후감이라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같은 책을 여러번 읽지 않는 대신에 읽었던 책에 관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머릿속에 남겨두기 위한 장치랄까. 달과 6펜스는 말 할 필요도 없을만큼 널리 알려진 고전소설이다. 나 말고도 리뷰를 써 놓은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독후감에서 줄거리를 써 넣는것은 별로라는 생각에 간단히 나의 생각만을 남겨 놓도록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제목인 달과 6펜스의 뜻은 잘 모르겠다. 누가 달이고 누가 펜스다 이런 것 보다는 조금 추상적인 느낌의 제목으로 느껴졌다. 가령 달이라는 위대한 존재를 둘러싼 그 무엇들, 혹은 장애물? 과 같은. 써놓고도 절로 탄식이 나오는 해석이지만 어쩌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