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am2014
첫사랑 본문
오래되어 더 달콤한 첫사랑의 기억.
나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시절 나의 짝꿍이다.
열 여덟,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너무 예뻤다. 몇명의 여자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 뿐이었다. 우리는 그 당시 아직 고등학생 이었지만 술을 마시러 가기로 했다. 그때는 편의방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자릿세를 받고 안주를 만들어 주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어느새 내 옆자리에는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나는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신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떠들어 댔는데,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뿐,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
- 응...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뒤 그저 뻔한 이야기 몇마디를 나눴을 뿐이었다.
결국 별 수확도 없이 그녀의 옆자리를 떠야 했지만 그녀 옆에 앉아서 시간을 보낼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후 초등학교 동창모임 패거리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인원수가 많은탓에 방 두개를 잡아야 했고, 그녀와 나는 그렇게 각자 다른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운명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옆방에 있던 친구가 나를 부르러 온게 아닌가. 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방으로 날아갔다. 앗~ 그녀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디갔었어~ 여기 니자리잖아~"
- 어? 그래~
이게 뭔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린라이트였다. 그날 이 후 우리는 매일 만났고, 나는 한달도 안되어 그녀에게 고백을 했다. 집도 바로 옆골목이라 우리는 매일매일 만났고, 학교가 달랐지만 학교도 같이 등교했다. 정말 달달했다. 그녀 외에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기분? 매 순간이 행복했다. 기분나쁜 일이 있어도 그녀를 떠올리면 히죽히죽 웃음이 났다. 그녀와 함께하고 있을때면 우리 주변의 공기들까지 행복했던 기억이다. 그런 우리였지만, 수능을 치고, 가는 학교가 달라지고, 만남도 뜸해졌다.
자주 만나지 못해서 그랬는지 싸우는 일도 잦아졌다.
어떤 계기도 없었는데, 자연스레, 그렇게 멀어져 갔다.
16년전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소리없이 한걸음 한걸음 멀어져 갔다.
그녀를 만났던 기억을 지우고 싶을만큼 힘든적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생각하면 그저 고마운 기억이다.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