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am2014
어플리케이션,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개발자 H군과 함께 하는 베이징댁의 앱 만들기 모임. 본문
H군은 베이징댁의 오랜 친구다. 애초에 만나게 된 것 자체도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였는데, 나는 이제 더 이상 인터넷으로 사람을 사귀지 않지만 H군과는 여전히 막말하는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H군은 나의 컴퓨터 전문가이고, 나는 H군의 뚜쟁이(그에게 나는 수많은 소개팅을 알선했다)로 길고 긴 친구의 연을 이어왔는데, 어느 날 우리의 관계에 새로운 국면이 추가되었다. 지난 여름, H군과 커피를 마시며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앱-어플리케이션’ 이야기가 나온 것이 그 발단.
“야, 너도 앱 만들 수 있어?”
“당연한 거 아냐-“
“오올- 대단한데? 그럼 냉장고 정리하는 앱 같은 거 만들면 어떨까?”
“그것도 괜찮네. 나는 프로그래밍은 할 수 있지만 기획은 못하니까 네가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면 되겠다.”
“근데 앱 만들면 돈이 좀 될까?”
“앱 자체로는 글쎄- 그렇지만 광고를 넣으면 되니까.”
“그래? 그럼 나 할래!”
요렇게 다분히 원초적인 이유로 나는 H군과 앱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전문적으로 앱을 기획하고 만드는 회사에서는 굉장히 꼼꼼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치밀하게 하지만, 우리는 기획자인 내가 앱 개발면에서 띄엄띄엄한 관계로 아주 원시적으로 손으로 스크립트를 그려가며 만들고 있다.
어쨌든 앱을 만들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디자인 분야인지라, 디자이너가 아주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선배에게 소개받아 디자이너를 한 명 영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일,이 주일에 한 번씩 만나 앱을 만들고 있다.
천천히 느리게, 단순한 앱을 만든다는 것이 우리의 작업정신(?)인데, 어쩌면 모든 것이 빨리빨리 이루어져야만 하는 압박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급하게 소비되는 컨텐츠나 앱이라고 해서 그 과정까지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깊은 생각의 힘, 모든 것이 소비되고 소모되는 요즈음에 더 절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그래도 나의 원고 마감처럼 계속 늘어지기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무튼 얼른 완성해서 블로그에 구체적인 내용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 베이징댁